1989년 체제전환 후 비셰그라드 4국(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이하 V4)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도입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이어 2004년 EU 가입에 성공함으로써 가장 각광받는 EU의 투자처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유럽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며 아직 견실한 경제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인투자 유치와 역내시장으로의 상품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V4의 경제는 상당한 침체를 겪게 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EU경기의 회복과 V4 각국의 노력으로 경제는 다시 성장세에 들어섰고 2018년 1월 현재 이 지역은 최저실업률, EU 평균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다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V4의 EU 가입 전후로 이 지역을 EU 진출의 생산 거점으로 삼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였고 주로 제조업체들이 진출함으로써 부품수출 급증으로 인한 교역도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들의 투자가 주를 이룬 동 지역에서 한국은 단기간에 대형 프로젝트들을 대거 진행하며 비(非) EU 국가로는 일본, 미국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투자국이 되었다.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와 세제, 인센티브 혜택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주로 제조업체 투자를 유치해 온 V4 각국은, 최근 첨단기술, 서비스가 접목된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투자유치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V4 가운데 제조업 기반이 가장 튼튼하며 EU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체코는 투자를 유치함에 있어 과거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투자 규모와 고용 창출의 양을 넘어 최근에는 질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고 있다. 일례로 체코에서는 상대적으로 환경오염 위험도가 높으며 인력수요가 많은 투자 유치에 대해 최근 해당 지자체들이 잇따라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아울러 V4는 EU 역내에 지나치게 치우친 교역과 투자 유치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아시아 주요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한편 90년대부터 이미 체코를 중심으로 V4에 진출한 일본과, 상대적으로 진출은 늦었지만 V4 전 지역에 대형 프로젝트들을 골고루 진행해 온 우리나라는 주로 자동차와 전자분야 제조업 투자에 집중해 오며 이 지역에서 상당한 기반을 쌓아온 것에 반면, 최근 투자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중국은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인프라, 서비스업 위주의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 보고서에서는 주로 서유럽에 진출하려는 세계 각국에게 생산기지로는 물론 동서를 잇는 전략적 경제 요충지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V4를 이해하고 이 지역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아울러 V4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보고서의 서론에서는 4개국이 유사하게 겪어온 역사적 수난과 각국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민족적 기질, 경제적 변화와 특징 그리고 공동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결성하게 된 지역공동체 비셰그라드 그룹(V4)의 역할을 살펴볼 예정이다.
본론에서는 V4의 전반적인 경제 개요에 대해 요약한 후, 필자가 지난 약 1년 6개월 간 근무하며 직접 작성에 참여한 체코투자청의 자료들, 함께 근무한 일본, 중국 전문가의 견해, 현지 한국 기업들은 물론 비롯한 일본, 미국, 프랑스 기업들과의 면담을 바탕으로 체코의 투자환경, 투자절차를 기술하였고 이어 체코투자청장 및 정부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체코의 주요산업과 경제정책, 인센티브 제도를 설명하였으며 마지막으로 한국·일본·중국의 주요 진출기업을 소개하였다. 아울러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에 대해서는 각국 투자청과의 면담 결과 및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주요 산업과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 요약하였다.
결론에서는 V4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과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동향 파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EU 진출의 전략적 기지로서 이 지역을 가장 적절히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
